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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성이란 무엇인가.
    생각 드러내기 2021. 7. 1. 16:15

    지성이란 무엇인가.

    지성은 지식과 구분된다.
    보통 지식이란 경험과학에 기초한 산물이다. 경험과학은 사건이나 사물을 가까이 놓고 분석한다. 대상을 실험하거나 원인을 찾는다. 그 대상은 경험될 수 있는 것만으로 한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 너머 존재하는 이론들에 대해 설명할 길이 없다. 가령 죽음이라는 사건은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지식으로는 죽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

    반면, 지성은 사건이나 대상을 멀리두고 관조한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통해 사건 자체를 규명한다. 그 한계는 경험 바깥까지 뛰어넘어 죽어보지 않고도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지성은 지식의 한계를 보완해줄 수 있다.

    그러나, 지성은 그 자체로 빛을 내지 않는다. 사명감이 필요하다. 주체적인 결단과 함께해야 비로소 지성은 빛난다. 지성이 빛난 대표적인 사건은 4.19혁명이다. 지식인들이 객관적으로 학습한 지성과 주관적으로 느낀 사명감이 더해져 혁명을 일으킨 결과다. 독재를 인식하고 저항에 참여한 이 사건이야말로 '참된 지성'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참된 지성을 가진 사람을 '선비(士)'라고 칭해왔다. 士는 지성을 겸비함은 물론 그에 걸맞는 인격을 갖춘 인간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대중에게 모범을 보이고 교화시킬 사회적 책임을 지니고 있었다. 학습한 지성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 바, 덕을 위한다면 목숨까지 내놓을 결단력을 지녔다. 물론, 조선 후기에 들어 선비정신은 퇴색되었다고 하나 구한말에는 경술국치에 반대하며 황현선생이 자결하였으고 일제 강점기에는 익히 알려진 안중근 선생이 목숨바쳐 항거했다.

    한 가지 물음이 생길 수 있다. 선비가 참된 지성을 가진 존재라면, 선비가 하는 행위가 전부 올바르다고 볼 수 있을까? 선비는 동양적인 인간형이다. 동양에서 바람직한 인간상을 구축할 때 토대로 삼는 것은 성선설이다. 따라서, 선비는 성선설에 기초한 인간상이므로 그 행위가 바람직하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이러한 이론을 뒷받침 하는 선비의 구체적인 수양행위는 신독(愼獨)이다. 홀로 있을 때 조차 마음가짐을 경계하는 수련으로, 선비는 언제나 도리에 맞는 행위를 추구하고 반성했다. 수양 끝에 얻는 마음은 호연지기(浩然之氣)다. 대장부의 기개로, 가장 바른자리에 올라 한 점 부끄럼 없는 경지에 도달한다. 그 결과, 선비들은 결단력을 가져야 할 때, 옳고 그름을 망설이지 않고 바로 행할 준비를 마친다.

    그러나 참된 지성을 뿜어낼 환경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민주정부가 들어섰다고 하지만, 그 모양새에 비해 정부 정책이나 결정들은 민주적이지 않다. 당장 집회현장만 가보더라도 경찰로 대표되는 국가의 권력이 집회를 감시하고 견제하고 있다. 민주정부를 표방하는 정권에서 민주적 권리를 대하는 양상이 이전 정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청년실업이 날로 늘어만 가는데 정부는 민생개혁보다 검찰이나 언론 개혁같이 부차적인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태를 비판하는 지식은들은 거의 남지 않았다. 이 시대의 지성이라 평가받던 유시민, 조정래 등은 비판 없이 정부의 비도덕적인 인사들을 옹호할 뿐이다. 이 와중에 서민은 정부비판을 핑계삼아 노선을 변경하는 치졸한 모습까지 보였다. 그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행위할 뿐, 신독하지 않아 지성을 경계하지 못했다.

    선비정신을 기대할 수 없는 현재, 젊은 지성인들이 선비가 되어야 한다. 사명감은 물론, 밝은 지성을 가지기 위해 스스로를 경계하고 고민해야한다. 존경하던 지식인들에게 배신당한 요즘, 더더욱 선비정신이 요구되고 있다.

    -2014년 3월, 교양 과제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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