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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사람의 영혼을 담는 그릇이다. 영혼은 사유능력 전반을 의미하는 비유이다. 영혼은 의견일 수도 있고 영감일 수도 있고 감정일 수도 있다.
글은 정적이다. 소리나 맛처럼 날아가지 않고 고정돼 있다. 생김새도 뚜렷하여 의미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다. 그림 역시 고정돼 있지만, 글에 비해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특징을 고려하면, 글은 의견을 담는데 좋은 그릇 같다. 의견을 전달하려면 의미하는 바가 뚜렷해야하기 때문이다.
영감이나 감정 역시 글에 담길 수 있다. 그러나 영감은 틀을 싫어한다. 찰나에 들어오는 것이어서 고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직관적이고 동적인 음악이나 그림 등 예술에 몸을 맡긴다.
감정도 틀에 담기기 애매하다. 감정은 개개인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고 척도로 재기 어려운 까닭이다. 그래서 예술에 담겨 자유로이 제 자신이 펼쳐지길 원한다.
한편 감정은 표출하는데 의미도 있지만 공명하기도 원한다. 자신의 감정이 타인들과 어느 정도 일치하기를 바란다. 이것이 공감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감정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표현될 필요가 있다. 자연스레 감정은 글로나 말로도 빈번히 담긴다. (한편, 말은 정적이면서 동적이다. 정적인 까닭은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형식을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그와 동시에 고정돼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동적이다. 글은 말에서 동적인 속성을 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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